출근길에 입을 패딩을 온라인에서 고르다 보면 상품명마다 '구스다운'이 붙어 있습니다. 이때 볼 것은 상품명이 아니라 품질표시의 숫자 두 개입니다. 국내 기준으로 '구스(거위털)'라고 쓰려면 충전재 중 거위털이 80% 이상이어야 하고, '다운(솜털)'이라고 쓰려면 솜털이 75% 이상, 깃털이 25% 이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구스다운'은 두 조건을 모두 채운 제품에만 쓸 수 있는 이름입니다.
라벨에 흔히 적힌 80/20, 90/10은 이 가운데 두 번째 숫자, 즉 솜털과 깃털의 비율입니다. 거위털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리한 표시 기준과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에 구스다운 패딩 24개를 시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라벨을 읽는 순서와 숫자를 믿어도 되는지 가늠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라벨의 숫자는 서로 다른 것을 잽니다
다운 충전재의 품질은 한국산업표준 KS K 2620(충전재용 우모)과 전기생활용품안전법의 가정용 섬유제품 안전기준이 정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1월 제재 보도자료에서 이 기준을 다음처럼 요약했습니다.
| 라벨에서 보는 것 | 무엇의 비율인가 | 표시 기준 |
|---|---|---|
| 거위털 비율(우모 혼합률) | 충전재 중 거위털과 오리털의 질량비. 솜털·깃털 구분 없음 | 거위털 80% 이상이어야 '구스(거위털)' 표시 |
| 솜털/깃털 비율(조성 혼합률) | 충전재 중 솜털과 깃털의 비율. 80/20, 90/10 같은 숫자 | 솜털 75% 이상, 깃털 25% 이하여야 '다운' 표시. 실제 솜털은 표시치 이상이어야 함 |
| 충전성 | 다운 30g이 부풀어 차지하는 높이(mm) | 80/20 표시는 120mm 이상, 90/10 표시는 135mm 이상 |
예를 들어 '구스다운 80/20'은 거위털이 충전재의 80% 이상이고, 그 충전재가 솜털 80%, 깃털 20%로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거위털 비율이 80%에 못 미치면 솜털이 아무리 많아도 '구스'라고 쓸 수 없습니다. 반대로 거위털만 썼어도 솜털이 75%에 못 미치면 '다운'이라고 쓸 수 없습니다.
깃털을 섞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솜털은 가볍고 따뜻하지만 솜털만 넣으면 옷의 형태가 쉽게 흐트러져서, 깃털을 함께 섞는 것이 일반적이고 통상 솜털 80%, 깃털 20%로 섞는다고 공정위는 설명합니다. 깃털이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표시 방법도 정해져 있습니다. 안전기준은 솜털, 깃털, 기타 섬유를 나누어 퍼센트로 적게 하고, 충전재가 두 종류 이상이거나 부위마다 다르면 각각 구분해 적게 합니다. 몸판은 다운, 소매나 옆구리는 합성 충전재인 제품이라면 라벨에도 두 줄로 나뉘어 있어야 정상입니다. 겉감과 안감, 충전재의 혼용률이 어디에 적히는지는 옷 라벨 읽는 법에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원 시험 24개 제품을 다시 세어 보면
한국소비자원은 2025년 9월 25일 기준으로 더블유컨셉,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에서 '구스 다운'을 추천순으로 정렬해 30만 원 미만 제품 24개(23개 브랜드)를 사서 시험했고, 결과를 12월 9일 발표했습니다. 발표 내용을 항목별로 묶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결과 |
|---|---|
| 거위털 비율 80% 미달 | 5개 (거위털 6.6~57.1%) |
| 온라인에는 '구스', 제품 라벨에는 '덕(오리)' | 2개 (거위털 1.9~4.7%) |
| 솜털 비율이 표시치보다 낮음 | 2개 (90/10 표시, 실제 70.2/29.8과 71.0/29.0) |
| 솜털·깃털 비율 표시 없음 | 3개 |
| 충전성, 위생성, 유해물질 안전성 | 24개 모두 기준 적합 |
| 한글 표시 누락 등 표시사항 부적합 | 12개 |
보도자료 부록의 종합결과표를 직접 다시 집계하면 세 가지가 더 보입니다.
기준을 통과한 '구스다운'도 대부분 거위털 80% 남짓입니다. 거위털 비율이 적합 판정을 받은 17개의 실측값은 80.595.6%였고, 중앙값은 81.5%였습니다. 17개 중 14개가 80.582.2% 사이에 몰려 있고, 85%를 넘은 제품은 3개뿐이었습니다. 구스다운이라는 이름은 거위털 100%를 뜻하지 않으며, 정상 제품이라도 충전재의 2할 가까이는 다른 조류의 털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높은 솜털 비율을 내세운 제품에서 미달이 더 자주 나왔습니다. 80/20으로 표시한 16개는 모두 실제 솜털이 표시치 이상(80.0~83.1%)이었습니다. 90/10으로 표시한 5개 중에서는 2개가 70%대에 그쳤습니다. 표본이 작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90/10처럼 높은 숫자를 앞세운 제품일수록 시험성적서를 확인할 이유가 있습니다.
가격으로 함량을 짐작할 수 없습니다. 시험 제품의 가격은 1만 1,800원부터 29만 9,000원까지였습니다. 그런데 거위털 비율과 솜털 비율이 모두 미달한 두 제품은 26만 4,600원과 25만 9,600원으로 24개 중 비싼 편에 속했고, 6만 9,000원짜리와 8만 원짜리 남성용 후디 다운 재킷은 두 기준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시험 대상은 여성용이 많았지만, 표시 기준은 남성용과 같습니다.
공정위 조사에서도 같은 유형이 나왔습니다. 2025년 1분기 소비자 불만을 계기로 조사한 결과, 17개 업체의 거짓·과장 광고가 적발됐고 시정명령을 받은 3개사에는 ㈜이랜드월드(후아유)도 포함됐습니다. 보도자료에 실린 광고 문구를 보면 'GOOSE DOWN 80%'라고 적었지만 거위털 기준을 채우지 못한 사례, 오리털이 섞였는데 'Goose 100%'라고 적은 사례, '덕다운 100%(솜털 50%, 깃털 50%)'처럼 솜털이 75%에 못 미치는데 '다운'이라는 이름을 쓴 사례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예는 오리털만 썼다는 뜻일 수는 있어도 다운 제품의 조건은 채우지 못한 경우입니다.
구스와 덕, 무엇을 기준으로 고를까
소비자원의 선택 가이드는 거위털이 오리털보다 대체로 충전성이 높아 보온성이 더 낫고, 솜털 함량이 높을수록 가볍고 따뜻하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 비교는 둘 다 기준대로 표시된 제품일 때 성립합니다. 정직하게 표시된 덕다운 80/20과 거위털이 37%뿐인 '구스' 제품 중에서는 앞쪽이 낫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구스'라는 단어보다 솜털 비율이 분명하게 적히고 시험성적서를 공개한 제품을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솜털 비율 다음으로 볼 것은 충전량입니다. 소비자원도 다운의 종류, 솜털·깃털 비율과 함께 충전재의 양을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 같은 80/20이라도 충전재를 얼마나 넣었는지에 따라 두께와 보온이 달라집니다. 해외 브랜드가 쓰는 필파워(fill power)는 국내 KS의 충전성과 같은 성질을 재는 값이지만, 시험 기관 IDFL은 규격마다 실린더 크기, 누르는 무게, 시료 양, 단위가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650필파워'와 'KS 120mm'를 숫자 그대로 비교하지 않습니다. 필파워와 충전량을 함께 읽는 법은 퀼팅 재킷과 오버셔츠 고르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출근용이라면 보온 수치보다 생활 동선이 선택을 좌우합니다. 지하철과 난방이 센 사무실을 오가는 날이 많으면 실내에서 벗어 들기 쉬운 경량 다운이나 짧은 기장이 편하고, 한겨울에는 코트 안에 얇은 다운 조끼를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트 위에 입을 일이 있다면 광택이 적고 기장이 짧은 쪽이 단정합니다. 하객 자리에서 패딩을 입을 때의 기준은 하객룩 가이드에 따로 있습니다. 입어 볼 때는 평소 안에 입는 니트나 재킷을 걸친 채로 팔을 앞으로 뻗고 앉아 보면서, 어깨와 등이 당기지 않는지 봅니다. 코트와 비교하고 있다면 코트 원단 고르는 법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사기 전과 받은 날 확인할 것
다운은 속을 열어 볼 수 없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표시와 증빙뿐입니다. 소비자원과 공정위 자료에서 실제로 문제가 된 지점을 순서대로 묶었습니다.
주문 전
- 상품명의 '구스'와 상세페이지 품질표시 사진의 충전재 표기가 같은지 봅니다. 시험에서 2개 제품은 상품명은 구스, 라벨은 덕이었습니다.
- 솜털/깃털 비율이 숫자로 적혀 있는지 봅니다. 비율 표시가 없던 3개 제품은 거위털이 1.9
37.6%였고, 솜털도 42.451.8%로 '다운'이라 부를 수 있는 75%에 못 미쳤습니다. - 거위털 비율이 따로 적혀 있지 않다면 판매처에 묻거나 시험성적서를 요청합니다. 국내에서 우모 혼합률과 조성 혼합률을 시험하는 공인기관은 KATRI시험연구원, KOTITI시험연구원, FITI시험연구원입니다.
- 교환·반품 조건을 확인합니다. 치수 때문에 반품할 가능성까지 줄이려면 온라인 옷 실측 비교법으로 가진 외투와 먼저 비교합니다.

받은 날
- 옷 안쪽의 품질표시 라벨을 주문 화면과 대조합니다. 소비자원은 온라인 판매 정보와 실제 제품 표시가 다를 수 있으니 받은 뒤에도 라벨을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
- 라벨에 한글 표시와 표시자 주소·전화번호가 있는지 봅니다. 시험 제품 24개 중 12개가 이 항목에서 부적합이었습니다.
- 표시가 주문 정보와 다르면 사용 전에 판매처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합니다. 해결되지 않으면 1372소비자상담센터나 소비자24에 거래내역을 갖춰 상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작게 접거나 압축해 두지 않습니다
세탁은 라벨의 취급 표시를 따르고, 세탁 뒤 털이 뭉쳐 있으면 가볍게 두드려 펴 줍니다. 보관은 통풍이 잘되고 습도가 낮은 곳이 좋습니다. 소비자원은 작게 접어 두거나 비닐, 압축팩처럼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에 넣으면 복원력과 보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봄에 옷장을 정리할 때 압축팩을 쓰더라도 다운은 빼 두는 편이 낫습니다.

걸어 둘 때는 옷 사이에 여유를 두어 충전재가 눌리지 않게 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 접을 옷과 걸 옷을 나누는 기준은 계절 옷 정리·보관법에 정리했습니다.

